앞이 보이지 않는 조키아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. 먹이를 실은 트럭이나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가올 때마다 '끼익, 끼이익' 하며 불안감을 표시했다.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어김없이 '꾸우웅-'하는 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. 바로 단짝친구 '매펌'이다. 벌목코끼리였던 매펌은 조키아를 만난 순간부터 자식처럼 돌보았다고 한다. 조키아가 불안해 할 때마다 소리를 내서 '괜찮아, 놀랄 필요 없어'라는 신호를 보냈다. 식사 때가 되면 높은 소리로 친구를 부르고, 개울가로 목욕을 갈 때도 잊지 않고 챙겼다. 힘든 노역도, 모진 학대도 앗아갈 수 없었던 코끼리들의 아름다운 영혼. 그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.
어느 날,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앞에서 코끼리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. 밧줄과 사슬, 흔히 말하는 조련도구인 '불혹' 등이라든지, 항상 곁을 지키고 있는 주인 혹은 조련사의 감시와 보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코끼리를 본 적이 있던가? 어릴 때부터 책으로, 동물원에서, 혹은 각종 방송과 영화를 통해 보았던 코끼리의 이미지들은 전부 다 사람의 손에서 길들여진 것들이 분명했다.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의 코끼리는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겼다. 그 뒤로 몇 개월을 아시아 지역에서 떠돌다가, 마침내 나는 태국에서 '진짜' 코끼리를 만났다.